2021. 1. 팀원들에게

생각해보면 OS 시장에서 맥북은 여전히 점유율이 ~10%, 윈도우즈가 ~90%이다.

Mac OS 점유율은 니치(Niche) 마켓 수준이다.

애플의 시작은 애플 컴퓨터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애플은 자기 스스로의 출생의 기원이자, 본질이자, 시작점에 해당하는 PC 사업에서 여전히 성적표가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누구도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못났거나, 작거나, 별로인 회사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만약 애플이 ‘우리는 (어디까지나) PC 회사니까 PC 시장에서 반드시 1위를 해야 해’라고 고집을 부리고 그 시장 내에서 최고가 되는 것에 집착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OS 점유율을 보고 자존심이 상해서 어떻게든 OS를 많이 판매하려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오히려 자신들의 시장 범위를 PC에 한정짓지 않고, 계속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나갔기 때문에 최후 승자가 된 게 아닐까?

주가 차트를 보면, 2007년 전설적인 아이폰 발표 이후에야 애플이 파죽지세로 성장하여 마이크로소프트와 대등한 경쟁을 벌일 정도의 회사가 되었다. 그 전까지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즉 지금의 애플을 만든 변곡점을 2007년이라고 본다면, 지금의 위용은 1976년에 PC로 시작한 회사가, 창업 후 30년이 지나서야, 그리고 CEO이자 창업자인 잡스가 쫓겨났다가 돌아오고 나서 다시 10년이 지나서야, PC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아이폰)을 시도하고 나서야 비로소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래 주가 차트를 보면 그 전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경쟁 구도라고 하기도 창피한 수준으로 차이가 심하다.

더욱이, 아이폰이 전설적인 2007년 발표에 따라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에도 3년 동안이나 여전히 시가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뛰어넘지 못했다. 증권 시장에서 3년이라는 시간은 역사적인 제품의 탄생을 축하하고 그것의 성패를 가늠하기엔 불충분한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1997년 주주서한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 것이 아닐까?

“We will continue to make investment decisions in light of long-term market leadership considerations rather than short-term profitability considerations or short-term Wall Street reactions.”

이렇듯 우리가 아는 몇몇 위대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흔들림이 큰 기업가치(상장사의 경우 주가)에 집착하기보단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고 경영 의사결정을 해왔다.

재밌게도,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후행 지표인 기업가치나 시장점유율에 집착하지 않은 좋은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의 강점인 OS 시장에 끝까지 집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LinkedIn, GitHub, VS Code, Suffice Pro, Azure, Xbox, Teams, Minecraft가 없고 윈도우즈만 계속 출시하고 있었다면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디어는?

이제 조금 거시적으로 변한 시각을 디어에 대입해보자.

우리 디어는 지금 어떤 생각으로 경쟁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것은 창업 후 30년이 지난 시점인데, 30년 후에도 우리나라에서 킥보드가 가장 많은 업체가 주목을 받고 있을까? 아니면 킥보드 보유량은 크게 의미가 없는, 마치 OS 판매량 같은 지표가 되어 있을까?

애초에 우리는 기업가치나 점유율, 회원 수, 매출과 같이 본질이 아니라 본질에 후행하는 지표를 목표로 잡아놓고 그것으로 우리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10년 후를 내다보고 위대한 일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10년 후 세상에서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을 의미 없는 경쟁에 디어의 청춘기를 바치고 있는 것일까?

지금 디어가 가진 자원을 잘 활용함으로써, 우리가 이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대수나 경쟁을 신경쓸 필요 없이, 오롯이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목표가 무엇일까?

언젠가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로 인해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다.

“디어 너무 좋아!”, “디어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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