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연구

사례 연구

안녕하세요,

지난 글(요즘 읽은 것들)에 이어, 최근 읽은 글들을 두 번째로 공유합니다! 이번 테마는 ‘사례 연구’입니다.

사업을 키우다 보면 갖가지 고민들을 하게 되는데, 이 때 (1) 혼자 생각하기와 (2) 외부 지식 탐구하기가 자전거 양쪽 페달처럼 균형 있게 반복되어야 합니다.

혼자 고민하면 산으로 갈 수 있고, 외부 지식에만 의존하면 우리 회사의 상황에 딱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수시로, 의무적으로, 집중적으로 글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제가 읽은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덧붙여 최근 본 영상들도 소개할게요.


탈레스 테이셰이라 <디커플링>
우승우, 차상우 <창업가의 브랜딩>

웹 아티클

Reid Hoffman <The Startup Pivot> (링크)
First 1000 <Discord> (링크)
The Generalist <Reddit: Organized Lightning> (링크)
The Generalist <Product Hunt: The Internet’s Destiny Machine> (링크)
The Generalist <LVMH: The Civil Savage> (링크)
Andreessen Horowitz <Social Strikes Back 시리즈> (링크)

유튜브

Greylock <Blitzscaling 11: Patrick Collison on Hiring at Stripe and the Role of a Product-Focused CEO> (링크)
Greylock <Blitzscaling 02: Sam Altman on Y Combinator and What Makes The Best Founders> (링크)

각각에 대해서 제가 느낀 점들을 간단히 달아놓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탈레스 테이셰이라 <디커플링>

파괴의 주범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이라는 메시지인데, 책의 두께에 비하면 내용은 꽤나 단순하고 반복적입니다.

기존 기업이 무너지거나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는 것은 고객의 니즈가 세밀하게 분리되는 과정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고객은 물건을 구경하고자 하는 니즈와 물건을 사고 싶은 니즈가 따로 있는데, 기존에는 물건을 구경하는 곳에서 샀어야 했다면(백화점) 그 두 가지 과정을 분리하는 업체들(e-commerce)이 나오면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던 기업들이 위기를 맞이했다는 것이죠.

책의 후반부에서는 디커플링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사업을 구축하라고 권유하는데, 이게 좋은 프레임워크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잘게잘게 쪼개서 생각하고, 불필요하게 붙어 있는 영역을 분리시키는 요령을 통해 전화기의 발명, 자동차의 발명, 인터넷의 발명 같은 큰 변화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비즈니스모델 혁신에 가중치를 두다 보니, ‘좋은 모델이 나오면 그 모델을 다양한 vertical에 적용할 수 있다’ 같은 예시를 드는데, 가령 우버 모델이 초기에 성공하자 패스트푸드 배달업계의 우버, 세탁업계의 우버, 주류업계의 우버 등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Y Combinator의 Sam Altman에 따르면 바로 그런 걸 피하라고 합니다. 한창 유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해서 특정 고객군을 타겟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개를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Tinder 앱을 만들어서 아무리 성장을 하더라도, 그 사업이 Tinder보다 커질 가능성은 극히 낮겠죠.

하지만 다양한 비즈니스모델 혁신 사례를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풍부해서, 결론적으로 괜찮은 책인 것 같습니다.


우승우, 차상우 <창업가의 브랜딩>

오디오북으로 들은 거라 기억이 온전하진 못한데, 흥미로운 책입니다.

책의 각 장 사이에, 브랜딩을 잘하기로 유명한 회사들의 창업가 분들과의 인터뷰가 있는데 이 분들이 브랜딩에 대한 자기만의 정의를 직접 얘기해줍니다.

창업가 분들마다 생각이 다 다른데, 그 분들의 사례와 의견들을 들으면서 저만의 정의가 형성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저도 딱 떨어지는 정의를 내리진 못하겠는데, 지금까지 느낀 점만 표현해보자면 브랜드라는 것은 일종의 ‘평판’인 것 같습니다. 브랜딩은 ‘평판 관리’이고요.

평판은 명성이 아닙니다. 유명하지 않아도 평판은 좋을 수 있습니다. 전세계 시가총액 Top 5를 꼽으면 모르는 브랜드가 별로 없는데, Top 100을 뽑으면 모르는 브랜드의 수가 팍 늘어납니다. 이 회사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명성은 없지만) 고객들의 평판이 아주 좋은 회사들입니다.

디어 필독도서인 ‘현금의 재발견(좋은 원제를 두고 한글 제목을 쓸 때마다 불편한… 원제는 Outsiders입니다.)’에도 평판 좋고 명성은 덜한 회사를 경영한 위대한 CEO들이 열거되지요.

또 중요한 점은 평판과 실적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평판과 인기, 인기와 투자 유치는 어느 정도의 비례 관계를 갖지만요.

한 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양진호 회장의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는 불법음란물 유통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200억 원 이상일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 당기순이익률도 엄청나게 높습니다. (양진호 옥중 결혼…감옥에서 회사 경영, 연매출 225억)

전세계 음란물의 집결지인 Pornhub도 웬만한 SNS보다 높은 pageview와 수익을 보유하고 있지요. (How much money does Pornhub make?)

그래서 브랜딩에 접근할 때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돈인지, 평판인지, 명성인지.

명성이 높고 돈과 평판이 없을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셋 다 갖추면 최고이겠지만 셋을 구별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Reid Hoffman <The Startup Pivot> (링크)
First 1000 <Discord> (링크)
The Generalist <Reddit: Organized Lightning> (링크)
The Generalist <Product Hunt: The Internet’s Destiny Machine> (링크)
The Generalist <LVMH: The Civil Savage> (링크)
Andreessen Horowitz <Social Strikes Back 시리즈> (링크)

위 글들은 한데 묶는 주제 없이, 다양한 회사들의 사례들이 궁금해 읽은 것들입니다.

Reid Hoffman의 글에서는 피봇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설명합니다. 모든 성공한 기업은 피봇을 했으며, 모든 기업은 장기적으로 피봇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주장을 하기 위해 서두에 피봇에 대한 통념을 바로잡는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애플도, 아마존도, 페이팔도 다 피봇을 해왔다.”

Discord, Reddit, Product Hunt에 관한 글은 지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비스들의 역사를 서술합니다. Discord는 대성공인 반면, Reddit과 Product Hunt는 잠재력 높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어려움 때문에 조기 매각했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역시 명성, 평판, 실적은 별개인 것일까요?

LVMH에 관한 글도 정말 재밌습니다. LVMH의 Arnault 회장은 원래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설 회사를 부동산 회사로 바꾸고 그 사업을 잘 키워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13년 간 자기 회사를 경영하다가, 갑자기 매물로 나온 Dior(정확히는 Dior의 모회사)을 인수하면서 전설적인 역사가 시작됩니다.

저는 예전부터 LVMH의 스토리를 좋아했는데, 멋들어진 비전에 대한 환상을 깰 때 딱 좋은 ‘찬물’이기 때문입니다. Arnault 회장은 디자이너도 아니고, 장인도 아닙니다.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장인이 세운 회사를 인수하고 육성하는 금융 괴물이지요.

저는 product-oriented 비전은 언젠가 힘이 떨어진다고 믿는데, LVMH가 좋은 근거가 되는 것 같습니다. Reid Hoffman의 글에서도 나오듯, 기업은 영원히 피봇을 반복해야 하는데 product-oriented 비전을 세워버리면 나중에 골치가 아파집니다. 가령 디어가 ‘단거리 이동의 편의에 목숨 건 사람들’이라는 비전을 좇으면 그 프레임을 벗기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비전은 desire-oriented 비전입니다. 변하지 않는 욕구를 드러내는 비전이 그런 비전입니다. 가령 ‘우리는 엄청나게 똑똑하고 솔직한 동료들과, 감성보단 이성에 근거한 대화를 통해 어렵고 임팩트가 아주 큰 문제를 신박하게 해결해나가는 조직이다’가 좀 더 오래 가는 비전이라고 믿습니다.

기업은 최종적으로는 LVMH처럼 M&A를 기반으로 한 inorganic growth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미술관을 운영하고 싶다면 화가가 되어 1,000점씩 그림을 그릴 게 아니라 수집가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요.

미술관을 경영하는 것은 화가가 아니라 수집가입니다

끝으로 Social Strikes Back은 ‘모든 훌륭한 서비스는 social 서비스로의 확장 잠재력을 지녀야 한다’라는 주제로, 성공적인 social 서비스들의 사례와 그 방식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이 말이 참인지 아닌지는 아직 감조차 없지만, 먼훗날 제가 어떤 생각을 할 때 작은 점이 돼서 더 풍부하고 질 좋은 connect-the-dots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거라고 믿습니다 :)


글이 또 길어졌네요…

끝으로 영상에 대한 소감입니다.

Greylock <Blitzscaling 11: Patrick Collison on Hiring at Stripe and the Role of a Product-Focused CEO> (링크)
Greylock <Blitzscaling 02: Sam Altman on Y Combinator and What Makes The Best Founders> (링크)

유튜브 Greylock 채널을 보면 Reid Hoffman이 대학 강의 시간에 유명한 기업가들을 초청해 인터뷰한 과거 영상들이 올라와 있는데요, 내용이 정말 유익합니다.

Stripe 창업가 Patrick Collison 인터뷰 중에서 기억나는 부분은, 너무 많지만, CEO의 역할에 대한 부분입니다. CEO는 (1) 전략 고민, (2) 문화 관리, (3) 인적 자원 배분에만 집중해야 하고, 선택적으로 (4) 제품에 관여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외의 것들은 out of scope라고 하네요.

Sam Altman의 인터뷰 중에서 기억나는 부분은 성공한 초기 기업들에게서 보이는 몇 가지 패턴인데요, (정말 패턴이 있나?) 우선 엄청나게 빠르다고 합니다. 속도와 결과가 반드시 인과 관계로 이어지지는 않으나, 대체로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 같다고 합니다. 또한 1인 창업보다 2–3인 체제가 좋다고 하네요. 혼자서 창업을 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고 감정적으로도 버티기 힘들다고 합니다.

끝으로 두 영상에서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게 있습니다. “사람을 막 늘리지 마라” Stripe도 그렇고, Sam Altman이 언급한 성공적인 초기 기업들도 그렇고, 인내가 극에 달했다고 할 만큼 증원에 신중하고 느렸습니다. 그만큼 인재 밀도와 문화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인재 밀도 하면 디어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디어는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팀원들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똑똑하면서도 서로에게 정직하고, 자기 욕심 때문에 팀의 목표를 갉아먹지 않는 사람들은 정말 드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디어 팀원들은 10년이 지나도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디어의 입사 인터뷰는 대부분의 면접자들이 ‘정말 특이하다’라고 할 정도로 사람에 초점을 맞춥니다. 직무에 대한 얘기보다는 도합 5~6시간 동안 끈질기게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어떤 결정을 했다면 왜 그 결정을 했는지, 그 때 느낀 감정이 무엇이며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누구를 싫어하는지,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많은 면접자 분들이 그런 질문을 왜 하는지 모르시지만, 저희는 사고의 흐름을 봅니다. 상대방을 넘겨짚는 경향이 강한지, 낙심할 때 어떤 trigger에서 낙심하는지, 방어기제가 어디서 작동하는지, 메타인지/자기객관화가 얼마나 잘 되는지, 솔직한 피드백을 받을 때 상처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봅니다.

이번 글은 여기서 끝입니다!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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