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업데이트

근황 업데이트

안녕하세요,

웨이트트레이닝의 이론과 사업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글을 쓰겠다고 하고 사라진 지 반 년이 지났네요… ㅎㅎ

언제나 그렇듯 차분히 앉아 글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먼저 근황 살짝 요약하고, 다음 글에서 웨이트트레이닝 글로 돌아올게요 :)


지난 반 년 간 디어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1. 좀 더 높아진 인재밀도

디어 팀에 귀한 분들이 오셨습니다.

먼저 디어 팀의 성장과 기술 부채 해소를 위해 ‘배달의 민족’ 등에서 특급 개발자 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테크는 역시 우아하게

디어의 서버는 NodeJS라는 언어로 작성되어 있는데요, 이 언어는 그림으로 따지면 연필 같은 도구입니다. 편하게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도 웬만한 결과물을 내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지요.

개발자 두 명으로 출발한 디어 같은 스타트업에게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시스템이 다루어야 하는 상황 또는 주제(“도메인”이라고 합니다)가 단순했습니다. ‘회원이 킥보드를 탄다’ 같이 단순한 활동만 있었던 것이죠. 특히 출시 당시 킥보드가 20대 뿐이어서 ‘문제가 생기면 틀어막으면 된다’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문제는 연필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비뇽의 처녀들' 같은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기름, 붓, 물감, 세척액 같은 재료의 사용법은 물론 구도와 색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겠지요.

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킥보드 대수가 100배, 1,000배 많아지고 도메인이 엄청나게 다양해졌습니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100개 이상의 지역에서, 수백명의 관리 인력들이, 여러 상태의 하드웨어를 다루게 되었고, 수요자(고객) 측면에서는 할인, 크레딧, 등급, A/B 테스트 등 여러 상황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NodeJS보다 나은 도구로의 이전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와 더불어 그간 쌓였던 기술부채도 해결해야 했고요.

여기에 더해, 디어의 가장 큰 자랑인 개발팀 개개인의 성장을 위해 좋은 과외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삼고초려, 십고초려 뿐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선배 개발자 분들이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인연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운 것인지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네요ㅎㅎ

다함께 성장중인 디어 개발팀의 모습 :)


다함께 성장중인 디어 개발팀의 모습 :)

요즘 디어 개발팀은 필독도서 목록을 정해놓고, 함께 책을 읽으면서 정기적으로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일 대신 독서를 해도 좋은 디어의 독서 문화) 그리고 동시에 페어프로그래밍을 통해 한 명 한 명이 더 깊이 있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있답니다 :) (Martin Fowler, “On Pair Programming”)

다음으로 글로벌 Top 컨설팅 펌인 Bain and Company에서도 좋은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는데요, 이번 합류로 디어의 10x 성장을 다시 한 번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정말 많이 배우고 있고, 팀원들도 저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안정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

이 덕분에 디어 팀원들은 좀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해외 진출, M&A, 신사업 뿐 아니라, Jira와 컨플루언스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제품을 만드는 방식(스크럼, 스프린트, 애자일)까지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기본기를 탑재하고 싶은, 그리고 디어의 높은 인재 밀도에 뛰어들어보고 싶은 미래의 BD, PO, UI/UX, CX, 개발자, 리크루터 등등 언제나 대환영이니 디어 채용 페이지를 구경해보세요!


2. 좀 더 좋아진 공간

성수동에서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뒤로 한 채 강남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디어는 3층 짜리 공동주택을 통임대해서 쓰고 있는데요, 대화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팀원들의 의견에 따라 공간의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사무실을 골랐습니다 :)

사피엔스 초반부를 보면, ‘푸조'라는 법인이 실체가 없는 가상의 객체이며 사람들이 그 상상에 대해 합의를 이루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어는 디어라는 조직을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꾸어가는 가상의 실체인 것이죠.

디어는 잘 맞는 사람들, 존경할 수 있는 사람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상의 공간’ 같은 개념입니다. 이 가상의 공간을 물리적 공간으로 옮기고 싶어서, 좀 더 함께 모여 지내는 느낌이 나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많이 이뤄질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습니다.

막상 이사를 오고 나니 층이 분리되면서 층간 대화가 단절된 부작용도 있지만, 날씨가 좋아지고 옥상에서 맥주 한 캔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많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


3. 좀 더 넓어진 투자자 네트워크

최근(이라고 하기엔 벌써 작년이네요) 투자를 받았습니다. 스타트업에 있어 투자 유치는 결혼 같은 사건인데요, 한 번 맺은 관계가 굉장히 오래 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디어는 시드부터 지금까지 ‘좋은 사람들이 모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번도 잃지 않았습니다. 이 생각은 팀원들 뿐 아니라 가맹점주 분들, 투자자 분들도 포함합니다. 디어팀 내에는 ‘합리주의'를 중시하는 풍토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데요, (디어의 원칙, 디어 유행어 사전) IR 과정에서도 투자사를 기관으로서 보지 않고 그 안의 의사결정자들을 미래의 discussion partner로 여기고 ‘사람’을 중심으로 보았습니다.

합리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토론을 할 수 있는 상대인지, 운의 요소와 다양한 인지 편향을 이해하는 투자자인지, 책을 좋아하는지, 지적 겸손함이 엿보이는 분인지…

정말 다행히도, 디어가 지금까지 만난 투자자 분들은 제가 존경할 수 있고, 배울 점이 있고, 저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분들이었습니다.

특히 책에 반쯤 미쳐 있는 디어처럼, 투자자 분들 중에도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듯해서 왠지 흐뭇합니다 :)

책 읽는 디어 1
책 읽는 디어 2

이번 라운드에서 모시게 된 투자자 분들은 무엇보다도 디어가 어렵고 불확실한 시기에 디어 팀을 믿어주신 분들이기에 더더욱 든든합니다. ‘신뢰’라는 것은 좋은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내는 가장 값진 자본이거든요 :)
(신뢰가 가장 비싼 자본이다)

같이 가즈아!!!

이렇게 지난 반 년 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단히(?) 소개해드렸는데요, 돌아보면 전부 사람에 대한 이야기네요.

좋은 사람들이 디어에 합류한 이야기,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좋은 사람들을 투자자로 모시게 된 이야기.

앞으로도 더더욱 사람 냄새가 나는 디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글에서 원래 하려던 이야기, 웨이트트레이닝 이야기를 해볼게요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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