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세울 때 이미 달성됩니다

목표는 세울 때 이미 달성됩니다
디어가 일하는 방법

오늘은 디어의 원칙 중 목표에 관한 원칙을 살펴볼까 합니다.

오래 전 디어의 원칙에 관한 글을 올린 후 디어의 원칙은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아직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핵심 원칙들도 있고,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더 적절한 내용으로 대체된 원칙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현재 버전의 원칙 중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한 ‘목표’ 원칙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 원칙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목표부터 정하고 수단은 나중에 생각하자. (수단이) 쉽게 떠오르지 않아야 혁신이다.

두 번째 문장이 다소 모호해서 이 원칙도 조금 더 다듬어질 예정인데, 그 전에 우선 어떤 생각들을 거쳐서 이런 원칙이 생겼는지 얘기할게요 :)


목표는 세울 때 이미 달성됩니다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목표 달성은 그것을 이루는 수단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수단은 찾으면 되고, 찾지 못하면 만들면 됩니다. 따라서 목표 달성은 수단이 아니라, 의지로 결정됩니다.

물론 이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한 가지 시선에 불과하지만, 저는 이런 시각이 개인과 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생존을 거듭해오는 과정 속에서 필요 이상으로 보수적이고 위험을 기피하는 성향을 갖게 되었는데요, 가령 먼 옛날 어느 부족원이 동굴에서 사자를 만나 죽었다면 다른 부족원은 절대로 동굴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까요?

가령 동굴에서 사자를 만날 확률이 5%라고 하면, 100개의 동굴을 맞닥뜨렸을 때 100번 다 동굴을 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개인의 입장에서는 탁월하고도 합리적인 전략인 게, 동굴을 피하면 생존 확률을 95%에서 100%로 높일 수가 있거든요.

1% 사건도 나한테 벌어지면 100%가 되는 거다…

생존 확률을 5% 높이기 위해 100번의 탐험 기회를 싹 다 포기하는 과감한 결정. 그런 결정을 한 DNA들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현생 인류를 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호모 사피엔스의 계보를 잇는 우리들은 태생적으로 쫄보입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는 분

다만 부족 전체의 입장에선, 생존 확률을 겨우 5% 올리려고 동굴의 자원을 채취할 기회를 잃게 되니 비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부족원 중 5%가 죽는 대신 남은 95%가 2배 번식할 수 있는 안락한 환경과 자원을 얻는다면 부족의 입장에선 동굴을 샅샅이 뒤지는 게 나을 수도 있거든요.

물론 이 또한 좋은 선택이 아니겠지요. 부족원들의 공포, 핵심 인재의 유실, 사자의 출현 빈도, 더 나은 선택지의 존재 등… 이렇게 어려운 결정을 단순화해선 안 됩니다.

아무튼 위에서 설명한 편향 때문에, 디어는 부족의 입장으로서 개별 팀원들이 좀 더 위험을 감수하고 진취적인 생각을 하도록 자극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아래는 제가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인데요, 창의성을 발휘하면 충분히 현실적인 선에서 긍정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수단을 찾아내고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성이 받쳐준다면 목표는 얼마든지 높게 세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디어는 혁신가들이 모인 팀이 되어가고 있답니다 :)

조금 따갑게 표현하자면 사실 우린 ‘현실적이어서 부정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늘 그렇다는 건 아니고, 자신이 어떤 목표 달성에 대해 비관적일 때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메타인지를 발휘해봅시다)

디어는 참 특이하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맥락을 공유하고자 잠깐 제 얘기를 하면, 저는 어린 시절부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무조건” 같은 건방진(?)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15년 전 쯤,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밥을 먹다가 아버지와 크게 다툰 적이 있는데 상황은 이랬습니다.

제가 선천적인 결함도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하고 불가능은 없다고 얘기하자, 아버지께서 “말도 안 된다. 그 논리대로라면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했습니다. 아마 반대 입장을 제시하면 제가 어느 정도 중립적인 입장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셨겠지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을 듣고 더 흥분해서 날뛰었습니다.

“왜 당연히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아빠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 안 해?”

“왜 안 된다고만 생각해?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현실로 이루려는 노력 외에는 필요한 게 없는데. 할 수 있다고 믿는 그 믿음이야말로 그 일을 해내도록 만드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인간이 달에 갈 수 있다는 얘기를 150년 전에 했다면 미친 사람 취급했겠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 미친 일을 해낸 거잖아. 사람이 하늘을 나는 것도 왜 불가능해? 유전자 조작을 하면 날개뼈 부분에 날개가 돋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빠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사람이 하늘을 나는 날은 절대 오지 않겠지. 하지만 어떤 사람이 어릴 때부터 날고자 하는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면 등에서 날개가 돋는 날이 정말 올걸?”

따발총처럼 말을 쏟아내고 나서 어떻게 얘기가 끝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도 참 철딱서니가 없었네요…ㅎㅎ

고집 센 저를 중도 포기하지 않으신 것 RESPECT

이런 옹고집은 나이가 좀 더 들어서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10년 전 쯤 친구들과 같이 만든 블로그의 서문(?)을 작성한 적이 있는데요, 그 때도 비슷한 얘기를 써놓았던 것 같습니다.

손발이 조금 오그라들지만 원문 그대로 옮겨볼게요!

친구.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하고, 함께 어울리는 우리는 ‘친구’다. 우리는 헛소리부터 시작해서 잡다한 지식, 나아가 이 나라와 세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비전을 나눈다.

우리의 잡담은 술안주 혹은 즐거운 토론감에 지나지 않아 보이지만, 나는 우리가 내뱉는 말들이 현실이 될 거라고 믿는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가져올 새 시대는 이제까지의 역사에 쓰인 적이 없다.

우리는 새 시대의 출발점에 서 있다. 21세기에 완전히 새로운 역사의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우주정복이 허황된 꿈으로 보인다면 우주정복은 그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않다. 가능하다고 믿는 그 믿음이 우리가 디뎌야 할 첫 계단이다.

과거에 과학자들은 인간이 100m를 10초 이내에 주파할 수 없다고 단정지었다. 그런데 1968년, 미국의 짐 하인스가 9.95초 만에 100m를 달렸다. 다시 과학자들은 인간의 한계를 9.8초로 수정하였다. 1999년, 이번에는 미국의 모리스 그린이 9.79초의 기록을 세웠다.

우리 10명도 살다 보면 갖가지 틀 안에서 재단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가 세계를 바꿀 수 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있다. 한국인이니까,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니니까, 성공하기에는 너무 이르니까 혹은 너무 늦었으니까, 부모가 평범하니까 등의 틀.

우리를 위의 틀 안에서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평범함에 기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친구, 자랑스런 친구, 본받을 만한 친구로 남아 작은 기적부터 큰 기적까지 하나하나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2012.07.03 개인적인 허세를 살짝 담아.

이 글을 썼던 당시에는 Elon Musk나 Jeff Bezos 같은 위대한 기업들이 우주 개척을 활발히 하던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주정복’이라는 말 자체가 우습게 들릴 수 있었지요. 하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우주정복’이라는 말이 가볍게 지나갈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식민주의와 우주에서의 영토 분쟁 등 진지한 이슈로 나아가는 화두가 되었지요.

임자 없는 우주 — 우주에서는 우리나라 땅도 한 크기 하지 않을까요?

탄력을 받아서, 존경할 만한 기업들이 ‘원대한 목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존 도어의 <OKR>이라는 책에 비슷한 내용이 있어, 아래 인용해보겠습니다.

204쪽: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 대부분 “실제로 무엇이 가능한지 궁리하기보다 여건이 불가능하다고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209쪽: “자동차 연비를 리터당 20킬로미터로 높이고 싶다면 조금만 손보면 된다. 하지만 연비를 200킬로미터로 높이고 싶다면 처음부터 다시 자동차를 개발해야 한다.”

214쪽: 래리는 기업 OKR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목표를 높이고자 했다. 그는 “불가능에 대한 건전한 무시”가 필요하다는 말로 나를 놀라게 했다.

216쪽: 바크는 실제로 파이어폭스에서 자바스크립트 속도를 열 배나 높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2년 뒤, 그 속도는 스무 배 이상 개선되었다. 실로 놀라운 성과였다. (도전적인 목표가 사실은 그리 힘든 것만은 아닌 것으로 드러날 때가 종종 있다. (중략)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던 것 같군요.”)

217쪽: 나(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우리 부서는 언제나 신중한 낙관주의를 유지했다.

강력추천

다음은 애플입니다.

Here’s to the crazy ones, the misfits, the rebels, the troublemakers, the round pegs in the square holes… the ones who see things differently — they’re not fond of rules… You can quote them, disagree with them, glorify or vilify them, but the only thing you can’t do is ignore them because they change things… they push the human race forward, and while some may see them as the crazy ones, we see genius, because the ones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at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the ones who do.

마지막 문장을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들(애플 팀원들)을 미친 사람들(crazy ones)이라고 하겠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천재성(genius)을 본다 - 왜냐하면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미친 사람들이야말로,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목표를 세우는 현 시점은, 미래 시점에서 볼 땐 아득한 과거입니다. ‘그 당시에는 수단이 등장하기 전인데 어떻게 저런 목표를 세웠을까? 참 용감했다.’라고 할 테지요.

수단은, 목표를 세우는 시점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사건들입니다. 미래에 나타날 장애물이 예측 불가능한 것처럼, 불쑥 주어질 행운들도 예측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장애물에 대비하는 마음가짐만큼이나, 다가올 행운을 기대하는 열린 마음도 필요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디어가 실제로, 최근에 해낸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1만 대 발주인데요, 1만 대가 얼마나 큰 숫자냐면, 물품대로 따지면 100억 정도가 드는 일이기도 하고요, 디어의 연 매출을 150억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돌파점이기도 합니다.

겨우 20대로 서비스 출시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이룬 성과이니 놀라운 성과입니다! 한편 투자를 받지 않고 최대한 자체 현금으로 성장하느라 늘 계좌가 찰랑거리는 디어가 수단을 먼저 생각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목표이죠...

그런데 팀원들과 잡담을 하다가 장난처럼 목표부터 세웠습니다. 처음엔 별로 진지하지 않았지요.

“야 우리 5만 대 발주하자. 방법을 찾아보자. 5만 대라니. 상상만 해도 설레잖아? 5만 대가 되면 가입자 수 500만 명에, 연매출도 500억 원이 훌쩍 넘는 거라고.”

그렇게 목표부터 세우고 나서 수단을 미친 듯이 찾기 시작했습니다. 디어의 한 팀원이, 전국에 있는 금융기관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수십 수백 통의 전화 연결 끝에 어떤 분과 미팅이 성사되었고, 그 분의 소개로 또 다른 업체를 만나게 되었고, 그런 식으로 끝내 ‘해변에서 바늘 찾기’에 성공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봤다면 “Hi, crazy one. You’re one of us.”라고 했을 수도 있어요 :)

사실 이런 일은 디어에서 예삿일입니다. 팀원 한 명 한 명이 이런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내고 있지요.

혼자 수십만 회원을 상대하는 CS팀,
효율화/자동화/안정화에 몰입한 개발/디자인팀,
인생 10회차 능숙함으로 생소한 문제를 끝내는 가맹관리/영업/직영팀,
국내에서 유일하게 킥보드 무인주행을 개척 중인 자율주행팀,
숨어 있는 비용절감을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해내는 제품팀,
수많은 회사들 중 디어가 빛나도록 기적을 만들어내는 채용 브랜딩팀.

영업 비밀은 아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일일이 소개할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

디어 팀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들은 디어 노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설레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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