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재석 공동 창업자가 말하는 디어의 핵심 가치

[인터뷰] 노재석 공동 창업자가 말하는 디어의 핵심 가치

“함께 일하면 즐거울 사람을 채용하고, 디어의 모든 구성원이 ‘즐거운 몰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 <디어의 채용 기준>과 <디어가 일하는 방법>, 이 두 가지 핵심 가치에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담겨 있지.”

오늘은 디어의 공동 창업자(부대표)이자 피플팀 리드이자 요즘은 하드웨어팀의 리드도 맡고 있는 노재석과 디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들 알다시피, 한 회사의 핵심 가치는 그 회사가 어떤 특질을 지니고 있는지, 혹은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지 가장 잘 설명하는 콘텐츠예요. 그러니 디어가 어떤 회사인지를 설명하는 데 있어, 핵심 가치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겠죠.

디어의 핵심 가치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좋은 동료를 맞이하기 위한 채용 기준인 ‘4 pillars’이고요. 즐겁게 몰입하며 똑똑하게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원칙인 ‘디어가 일하는 방법’이 다른 하나죠.

이제부터 두 가지 핵심 가치를 직접 만들어왔고, 디어 팀에 퍼뜨리는 역할을 해온 재석에게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게요.

Q. 먼저 재석에 대한 소개를 부탁할게! 공동 창업자로서 디어에서 그동안 어떤 역할을 맡아왔는지 그리고 작년부터 피플팀 리드를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해.

음… 모빌리티 본부에서 각 팀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일을 다 해본 것 같아. 사업과 서비스가 훨씬 고도화된 지금에 비하면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말이야. 처음엔 개발자로서 서비스를 만들었고, 그 다음엔 운영팀장 역할을 맡고 현장 운영을 맡았어. 디어맨 관리부터 수리 매뉴얼 만들기, 킥보드 수입 업무, 가맹점 교육 및 정산까지. 아, 중간에 자율주행팀을 잠깐 리드하기도 했어. 이렇게 되돌아보니까 정말 안 해본 일이 없네.(웃음)

2019년 5월, 당시 사무실에서 열심히 개발하던 재석

그렇게 정신없이 일했지만, 정말 즐거웠어. 나보다 열정적인 동료,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료, 내가 존경할 만한 동료와 스파크를 주고 받으면서 발생하는 화학 작용에서 재미를 크게 느꼈거든.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는 게 예전만큼 재밌지가 않더라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공동 창업자인 동은이형과 명균이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어. 문제를 진단해보니 채용에 충분히 신경을 안 썼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어. 인재밀도가 낮아지면서, 그런 화학 작용이 적어졌고 지루하다고 느끼게 된 거지.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 이 사실을 새삼 깨닫고,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팀, 즉 피플팀을 만들기로 했어. 그리고 피플팀 리드로서 인재 영입과 면접, 구성원 케어 등을 전담하게 됐지.

Q. 그러면 ‘즐겁게 일하자’는 생각이 어떻게 두 가지 핵심 가치로 이어진거야?

즐겁게 일하려면 어떤 사람이 모여 있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응축된 게 우리의 채용 기준, 4 pillars야. 또,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계속 즐거우려면 어떻게 일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정제해서 ‘디어가 일하는 방법’으로 표현한 거지.

Q. ‘일의 의미’, ‘지적 겸손’, ‘문제 해결력’, 그리고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이 네 가지 채용 기준은 즐겁게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의 특징을 모아둔 거구나. 그렇다면 재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뭐야?

나는 지적 겸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일단 지적으로 겸손하지 못한 사람과 일하면 너무 답답하거든. 합리적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야로 다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그냥 고집으로 인해 대화가 교착에 빠져버리니까.

더 넓게 보면 지적 겸손은 과학적 사고와도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해. 과학적 사고는 이미 알려져 있는 지혜나 이론을 끊임없이 재평가하는 사고를 의미해. 이런 과학적 사고가 인류가 발전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도구라는 데엔 이견이 적잖아. 이와 비슷하게 지적 겸손은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재평가하는 태도를 의미하고, 한 사람이 성장하는 데 가장 훌륭한 도구라고 말할 수 있어.

Q. 그럼 채용 과정에서 ‘지적 겸손’은 어떻게 검증하고 있어? 자신이 틀린 건 잘 인정하는 사람이 지적으로 겸손한 사람인 거야?

단순히 내가 틀린 걸 인정한다고 해서 지적 겸손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아. 지적 겸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은 주로 메타 인지가 높은 사람이야. 흔히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얘기하잖아? 눈 앞의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넓은 관점에서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 메타 인지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면접에선 과거의 사례를 깊이 파고들면서 그 사람의 지적 겸손이 어느 정도인지 발견해내곤 해. 이 사람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문제를 어떻게 다시 정의하고 해결했는지를 물어보거든.

몇 년 간 치열하게 토론해온 공동 창업자 명균과 재석

Q. 다른 채용 기준에 대해서도 얘기해볼까? 나는 우리 회사가 ‘일의 의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껴. 사전 질문에서부터 일의 의미를 묻고 있으니까.

기본적으로 일에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적인 수단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잖아? 하지만 경제적인 수단만이 일을 하는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게 바로 그 지점이야. 삶에서 일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해 봤고, 그게 단순히 경제적인 보상보다 더 큰 무언가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게 즐겁거든.

Q. 그러면 일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난다고 생각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정말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겠지. 밤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일에 푹 빠져 있는 사람. 하루종일 일 생각을 하는 사람. 그건 경제적 보상만으론 설명이 안 되는 몰입이니까.

하지만 꼭 근무 시간이 길어야 일의 의미가 큰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일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듯, 그게 표현되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니까.

  •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 미친듯이 파고 들거나, 내가 하는 일에 관한 역사적인 의미와 백그라운드를 계속 탐구하는 사람
  • 회사의 비전을 중요하게 여기며 실현하려는 사람
  •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큰 사람
  • 조직과 동료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예를 들어 가장 친밀한 사람 10명을 골랐을 때 절반이 회사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인 사람
  •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전력투구하는 사람

이렇게 “일의 의미가 크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는 다양하다고 봐.

Q. 솔직할 수 있는 용기는 왜 우리의 채용 기준에 있는거야?

솔직하게 말할게.(웃음) 솔직하지 못해서 조직이 아팠던 경험을 몇 번 하면서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게 됐어. 서로에게 솔직할 수 있다면 건강한 방향으로 해소할 수 있는 갈등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오해와 불신이 쌓였던 적이 있었거든.

솔직할 수 있는 용기는 어떻게 보면 면역 반응과도 비슷한 것 같아. 우리 몸에 병원균이 들어오면 열이 나고 통증을 느끼게 되잖아. 근데 사실 그 열과 통증은 병원균이 일으키는 게 아냐. 우리 몸이 병균을 몰아내기 위해 면역 반응을 하면서 스스로 일으키는 거지.

몸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이처럼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의 아픔을 감수해야 해. 조직이 탈선할 것 같을 때 침묵하지 않는 행동, 그리고 용기있게 지적할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해. 그래서 솔직할 수 있는 용기라고 표현한 거지.

Q. 하지만 이전에 몸 담고 있었던 회사가 어떤 조직 문화를 갖고 있었느냐에 따라 솔직해질 수 있는 정도가 너무 다르지 않아? 채용 기준으로 검증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렵지. 그래서 '솔직함'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기 보단, 그 사람이 소속돼 있던 환경이 얼마나 솔직하기 힘들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려고 하고 있어. 예를 들어, 군대 같은 집단에선 아주 작은 솔직함이라도 항명으로 이어질 수 있잖아. 그럼에도 용기를 냈던 사람이라면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겠지. 사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뿐만 아니라 다른 pillar들도 모두 검증하기 어려운 것 같아.

Q. 마지막으로 문제해결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회사마다 문제를 푸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 ‘디어에서 문제를 잘 푼다는 것’은 어떤 의미야?

내가 디어를 대표해서 “이렇게 하는 게 문제를 잘 푸는 방법”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 또 맡은 역할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까. 그냥 내가 문제해결력을 바라보는 한 가지 관점을 얘기해볼게. 문제해결은 곧 문제의 복잡도를 잘 낮추는 거라는 관점이야.

컴퓨터라는 기계가 처음 나왔을 때 기계어를 썼잖아. 그런데 기계어는 사람이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언어지. 기계어로는 복잡도가 높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에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어. 지금의 디어 서비스를 기계어로 만든다고 하면, 어휴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그래서 복잡한 문제를 추상화해서 쉽게 풀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언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어. 어셈블리어가 만들어졌고, 더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C나 C++, 자바, 파이썬도 만들어졌지.

사회도 비슷하게 발전하는 것 같아. 부족 단위의 조직은 약간의 위계와 규율만으로도 돌아갔겠지만, 현대의 국가만큼 크고 복잡해진 조직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법, 정치 체계, 공권력 등이 발전한 거지.

회사에서는 항상 새로운 문제가 생기지만, 그 중에서도 중요한 문제들은 사업이나 조직이 변화할 때, 특히 커질 때 많이 발생하는 것 같아. 사업이나 조직이 커지면서 같이 커진 복잡도를 이전의 시스템 혹은 조직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이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 것 같아. 문제의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복잡도를 낮추는 것, 사람이 신경쓰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리고 사람을 채용하고 위임해서 복잡도를 낮추는 것. 이 중에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이 내가, 혹은 디어가 선호하는 방법이야.

Q. 그럼 문제해결력은 어떻게 검증하고 있어?

다른 채용 기준과 마찬가지로 과거 사례를 통해 주로 검증하고 있어.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구조화를 거쳐서 결론을 이끌어 냈으며, 어떤 놀라운 직관을 펼쳤는지. 이런 것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해.

혹은 디어에서 맞닥뜨릴 상황에 대해 함께 논의하기도 해. 이 사람이 어떤 솔루션을 내놓는지보다는, 그 솔루션에 도달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봐.

Q. 다른 핵심 가치인 ‘디어가 일하는 방법’으로 넘어가면, 여기에는 디어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가 담긴 것 같아.

맞아. 내 방식대로 해석하면, “가설을 팩트로 혼동하지 말자”는 실험을 할 때 가설을 계속 세우고 검증하며 팩트 알아내야 한다는 얘기야. “솔직하게 반대하고 건강하게 충돌하자”는 건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을 숨기지 말고 확실하게 지적하는 게 더 건강하다는 의미야.

디어가 일하는 방법

Q. '가설을 팩트로 혼동하지 말자'부터, '해결책을 낼 때 걱정도 같이 제시하자', '솔직하게 반대하고 건강하게 충돌하자' 등 대화법에 대한 원칙이 많잖아. 솔직히 디어 입사 초기엔 ‘말을 새로 배운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거든. 이렇게 디어에서 말하는 방식을 명시해둔 건 어떤 이유에서야?

즐겁게 일하기 위해선, 효율적으로 대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회사는 협업을 통해 업무를 하는 곳이고, 협업을 잘 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야 하잖아. 그래서 가장 효율적이었던 대화 방식을 기억하고,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원칙으로 표현한거지.

사실 원칙으로 명시하지 않은 디어 만의 대화법도 정말 많아. RoQ(질문의 이유)를 묻는 게 대표적이지. 상대방이 질문을 왜 하는지 알게 되면, 불안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정확한 대답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잖아.

디어 대화법에 익숙해지고 나면, 디어 외부에서 대화할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어. RoQ를 물어보고 싶을 때가 정말 많거든.(웃음)

Q. 한편 디어가 일하는 방법을 보면, 실험에 적극적인 조직이라는 느낌을 받게 돼. ‘가설과 팩트’, ‘가역적인 실패’ 등에도 실험을 강조하는 맥락이 담겨 있잖아.

맞아. 나는 끊임없는 실험, 그 중에서도 파괴적인 혁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게 과학적 사고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디스크 드라이브 산업이 발전한 예시가 나와. 초기 디스크 드라이브는 14인치였대. 이보다 작은 8인치 드라이브가 처음 등장했을 땐, 시장이 작으니까 기존 기업들이 굳이 연구를 하지 않았대. 작은 시장을 노리는 새로운 회사들만 그 시장을 먹은 거지. 그러다 시간이 흘러 8인치 디스크 드라이브가 주류가 되면서 14인치를 만들던 기업들은 망했다고 해.

14인치에서 8인치로. 다시 5.25인치, 3.5인치, 2.5인치, 1.8인치로. 이렇게 디스크 드라이브는 단계적으로 계속 작아졌는데, 그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됐어. 8인치 디스크 드라이브를 만들어 시장의 주류를 차지했던 회사들도 5.2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의 등장을 무시했다가 망했고, 5.25인치로 시장을 차지한 회사들은 3.5인치에 밀려났지.

지금 당장 매출이 잘 나와도, 변화하지 않으면 기업은 언젠가 망할 수 밖에 없어. 시장의 상황은 변하고 고객의 니즈도 끊임없이 변하니까. 당장 잘 되는 사업 이외에 새로운 것을 찾지 않는다면, 확정적인 멸망을 기다리는 것과 다름없지. 우리는 장기적인 사고를 중시하기 때문에, 계속 실험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액션이라고 확신하고 있어. 그런 생각이 원칙으로도 표현된 거야.

실험과 실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학적 사고와 맞닿아 있는 점이야. 칼 포퍼는 과학 이론의 반증에 성공했을 때에 우리의 지식이 늘어난다고 했어.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뭔가를 확실하게 배우는 방법은 반증 뿐이라는 거야. 반대로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계속 찾아낸다고 하더라고, 이론이 절대 틀리지 않다고 할 수는 없어.

현재 잘 하고 있는 사업만 지속한다면, 돈은 벌겠지만 새로 배우는 것은 없는 거와 같아. 새로 배우는 것이 없이 시간이 흘러 현재 회사가 알고 있던 지식이 무용해지면 결국 망하는거지. 우리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실험을 계속 해야만 회사의 전체 지식이 늘고 회사가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

Q. “독서광이 되자. 책을 읽어야 비로소 성장이 시작된다”는 정말 특이한 원칙인 것 같아. 보통 책읽기를 이렇게 강조하는 회사가 없으니까.

책읽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야. 지혜로워지려면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디어의 필독서 중 하나인 ‘생각에 관한 생각’을 예시로 들어볼게. 이 책은 심리학을 50년 넘게 연구하고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은 대니얼 카네만이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고민하며 몇 년을 들여 쓴 책이야. 지식과 지혜의 밀도가 엄청나지. 책을 읽는 것은 저자와 대화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어. 우리는 독서를 통해 각 분야의 대가들이 고심해서 압축한 지식과 지혜를 들을 수 있는 거야. 워런버핏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기회가 200억 넘게 팔리기도 하는데, <워런버핏 바이블> 한 권을 읽으면 한 번의 대화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흡수할 수 있다고 믿어.

이 책을 읽으면 인간이 얼마나 편향에 빠지기 쉬운 존재인지 알게 되고, 나 또한 절대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어. 이 책을 읽으면 디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적 겸손이 저절로 생길 거야.

Q. 마지막으로 ‘디어가 일하는 방법’ 10가지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있어?

“해결책을 낼 때 걱정도 같이 제시하자”는 원칙이야. 이 원칙이 나를 아주 많이 바꿔놨어. 예전엔 내 직관을 맹신하는 편이었어. 직관적인 솔루션이 항상 먼저 튀어나왔지. 그 솔루션에 깔린 내 걱정을 나도 모르니까, 상대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기도 어려웠어. 지적 겸손이 부족했던 거지.

직관을 내놓기 전에 걱정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고 나니까, 나 자신을 훨씬 잘 이해하게 됐고, 또 지적으로 겸손해진 것 같아. 이렇게 우리가 함께 세운 원칙이, 디어에서 호흡을 같이하는 모든 동료들이 항상 즐겁게 일하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주말 등산, 명재와 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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