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현진의 파란만장한 디어 생활기, 그 가파른 성장의 곡선

[인터뷰] 이현진의 파란만장한 디어 생활기, 그 가파른 성장의 곡선

T팀에서 사업개발을 맡고 있는 이현진은 디어와 가장 오래 함께했고, 또 가장 많이 성장한 사람 중 하나로 손꼽히는 팀원이에요.

현진이는 2019년 6월 디어에 합류했어요. 벌써 거의 4년이 된 셈인데요. 다른 회사였다면 아직 주니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연차지만, 디어에선 어엿한 최장기 근속자예요. 2019년 4월 15일 디어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고, 불과 한 달 반 뒤에 입사한 거니까요.

건대 입구에서 20대의 킥보드로 시작한 회사에 알바생으로 들어와서, 그 회사가 수만 대 규모로 확장할 때까지 함께 키워나간다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얘기죠. 알바생에서 정직원이 된 현진이는 디어가 1,000배 성장하는 동안 회사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어요. 디어맨, 현장 운영 매니저, 가맹 사업 담당자 등을 거쳐 지금은 팽동은 CEO와 함께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디어의 성장 모멘텀을 창출해내는 T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2019년 6월, 장비를 도색하고 있는 현진

듣기만 해도 파란만장한, 현진이의 디어 생활기가 느껴지시죠? 자세한 얘기는 이제부터 직접 들어보자고요!

Q. 어떻게 디어에 올 생각을 했어? 2019년이면 공유 킥보드가 생소한 서비스였던 시기고, 심지어 그때 디어는 갓 창업한 스타트업이었잖아.

한번 타고 나니까 ‘이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라는 확신이 들었어.

그때 내 동선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었어. 학교에 가려면 건대입구역에서 2호선을 타야 하는데, 집에서 도보 20분 정도의 거리였어. 꽤 먼 거리잖아? 근데 걷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어. 갓 전역한 복학생에게 무슨 돈이 있겠어. 자동차는 고사하고, 전동 킥보드나 자전거 같은 것도 없었거든. 택시는 너무 비쌌고, 마을버스는 배차 간격이 1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그러다 동네에 디어라는 노란색 킥보드가 딱 나타난 거지. 걸어서 20분 걸리는 거리가 디어를 타면 5분으로 단축됐어. 심지어 페달을 밟거나 땅을 차지 않아도 알아서 가잖아? 너무 편해서 친구들에게도 막 홍보하고 다닐 정도였어. 알고 보니까 내가 디어에 197번째로 가입한 유저더라고.

이런 편리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디어라는 회사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생겼어. 쌈짓돈 몇십만 원이라도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하고 싶었을 정도로. 근데 이게 웬걸, 상장사는커녕 생긴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이더라고. 그리고 파트타이머를 구하는 공고를 발견했어. 돈을 투자할 수는 없는 회사이니, 나 자신을 투자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덤벼든 거지.

Q.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인연이었구나. 디어에 처음 들어와서 했던 일은 어떤 거였어?

오전에 2~3시간 정도 배터리 교체와 킥보드 재배치 업무를 수행했어. 배터리를 잔뜩 넣은 가방을 메고 동력이 바닥난 킥보드들을 찾으러 다녔어. 작업을 다 하고 나면 오후엔 학교로 출석했고. 학기 중에는 그렇게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방학이 되면서 풀타임으로 근무 시간을 늘렸어.

그러다 방학이 끝나갈 때쯤 “휴학하고 좀 더 함께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어. 내 입장에선 학교에 다니느냐, 아니면 디어에 남아 좋은 경험을 더 많이 해보느냐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던 거지. 그리고 알다시피 휴학을 선택했어. 디어 동료들이 다들 똑똑하고 헝그리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느꼈거든.

2019년 8월, 서비스 출시 초반의 디어 사람들 (좌측 가장 아래에 있는 현진)

Q. 파트타이머에서 정직원이 되면서 맡은 업무도 조금은 달라졌겠네?

현장 일을 계속하는 한편, 매니저 역할도 새롭게 부여됐어. 사업이 잘되면서 운영 대수가 점점 늘어났고, 그만큼 현장 인력도 더 필요해졌거든. 내가 그래도 조금 먼저 일을 시작했으니까 다른 디어맨(현장 작업 인력)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 거지.

그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늘 했던 것 같아. 아직 디어가 초기였던 때라 경험도 부족하고 시행착오도 많았거든. 배터리 교체 프로세스를 개선하기도 하고, 개발자들에게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끊임없이 전달하기도 했어. 킥보드 재배치 작업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우니 앱에서 이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든가, GPS 위치만으로 킥보드를 찾기 어려우니 반납 전 이동 경로를 나오게 해달라든지. 그렇게 하나하나 함께 고쳐가면서 디어를 더 좋은 서비스로 만들어왔어.

Q. 현진이는 진짜 맨땅에 헤딩할 때부터 같이 했구나. 그러면 두 번째로 직무가 바뀐 건 어느 시점이었어?

디어의 운영 대수가 3~400대 정도였을 때 첫 가맹 지사를 런칭했거든. 디어 팀원의 지인분께서 우연한 계기로 가맹 사업을 시작하신 거였는데, 이게 대박이 터졌어. '아예 새로운 사업 모델로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추진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어. 가맹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디어는 투자 유치 없이도 건전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고, 가맹 파트너 입장에서도 괜찮은 비즈니스를 해볼 수 있으니까. 서로 윈-윈 이라는 계산이 선 거지.

가맹 사업의 핵심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사업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거잖아. 그래서 내가 가맹 사업 담당자로 직무를 바꾸고,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지사를 초기 세팅하는 일을 맡게 됐어. 사무실은 몇 평 정도로 임대해야 하는지, 배터리 충전 스테이션은 어떻게 만들어야 가장 효율적인지, 재배치는 어떤 주기로 어디에 하는 게 좋은지. 이런 노하우를 압축해서 전수하는 일을 했어.

직영을 운영하는 일도 재밌었지만, 가맹 사업을 도와줄 때는 정말 신이 났어. 내가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효능감이 정말 짜릿했거든. 지사장님이랑 같이 고생해서 배포를 딱 마치고, 다음날부터 매출이 팍팍 찍힐 때 그 기분을 아직도 기억해.

Q. (구) 사업운영팀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리더라는 역할도 맡았었던 걸로 기억해. 그건 어떤 직무였어?

커뮤니케이션 리더는 사업운영팀을 대표해서 디어 내 다른 팀, 그리고 외부와의 소통을 전담하는 역할이었어. 운영팀은 현장에 가장 밀접한 조직인만큼 제품팀, 하드웨어팀, 재무팀 등 타 팀과 소통해서 풀어나갈 문제가 아주 많았거든. 외부에 디어의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해야 할 일도 많았고. 근데 사업운영팀 개개인이 각자의 의사를 산발적으로 전달하니까 교통정리가 안 됐었어.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DRI를 지정하게 된 거지.

Q. 팀에서 현진이에게 커뮤니케이션 리더를 맡긴 이유는 뭐였다고 생각해?

내가 사람들과 얘기하는 걸 워낙 좋아하고 대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 아닐까? 나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된 사람이야. 가맹 사업 담당자는 보통 사람을 대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는데, 나는 별로 그렇지 않았어. 아무리 어려운 상대라도 언젠간 협상을 딱 완료하고 “오케이. 이렇게 합시다”하고 악수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거든. 나는 결실을 보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어. 이전에 아무리 싸우고 다퉈도 그 순간 나쁜 기분이 싹 사라졌거든. 그래서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개의치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

현진이는 디어팀이 놀러가면 고기 굽는 일을 도맡아 한답니다. :)

Q. 지금 현진이가 속해 있는 T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팀이야?

동은이형(CEO)이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아직 해결하지는 못한 일들을 Get Things Done 하는 팀이야. 새로운 지역에서의 사업 수익성을 검증하기도 하고, 규모 확장을 위해 자금 조달을 하는 역할도 맡고 있어. 큰 틀에서 보면 ‘사업 개발’ 직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어.

Q. 이제까지 현진이의 직무가 여러 번 바뀌어 왔지만, 이번엔 특히 더 생소한 직무를 맡게 된 것 같은데? 디어맨 아르바이트에서 현장 관리, 그리고 가맹까지는 현진이가 원래 알고 있던 일 60%에 새로운 일 40%가 얹힌 거잖아. 근데 지금 맡게 된 일은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추상적인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더 넓은 일이니까.

또, 동은이형이 “T팀에서 사업개발을 하자!”고 제의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

'재밌겠다!'라고 직감했어.(웃음) 사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지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거든? 근데 내가 문제 해결하는 걸 정말 좋아하다 보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팀’이라는 데 강한 흥미를 느꼈어.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고.

Q. 생소한 직무인데 ‘잘할 수 있겠다’고 확신한 게 신기하다. 어떻게 확신했어?

나는 기본적으로 ‘아직 젊으니까 배우면 된다’는 마인드셋을 갖고 있어. 배우면 잘할 거라고 스스로를 믿고 있기도 하고.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한 건, 스킬셋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고 생각해서야. 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재무적인 지식 등 여러 가지 새로 알아야 하는 게 많겠지만, 어쨌든 현장에서 뛰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본질은 동일하니까.

나는 현장에서 뛰는 게 정말 좋아. 어깨를 부딪히는 그 감각을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과 부대끼며 협상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즐겁거든. 이 어깨의 부딪힘이 결국 격한 ‘어깨빵’으로 끝날지, 아니면 '어깨동무'로 끝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건강한 충돌이 있어야 어떤 임팩트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거니까.

Q. 현진이는 배우는 데에 굉장히 적극적인 것으로 느껴져. 다른 동료에 대해 현진에게 물어보면 나오는 대답이 늘 “배울 점이 많아서 좋은 사람”이었거든.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 배우는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는 거 같아.

맞아. 사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잖아? 디어에서 4년을 일했는데, 그중 3년은 실무에 대해 많이 배워왔던 것 같아. 실무의 관점에서 어떤 액션을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효과적인가.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또 실험했지.

동은이형과 밀착해서 일하고 있는 지금은 회사 전체를 바라보며 사업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많이 배우는 것 같아. 창업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어떤 방식으로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내는구나.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고 여기고, 어느 이상의 위험은 감당할 수 없다고 여겨 잘라내는구나. 또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온 느낌이랄까.

Q. 현진이는 그동안 어떤 부분에서 특히 성장했다고 느끼고 있어?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졌고, 일하는 방법이 정교해진 것 같아.

“가설과 팩트를 구분하자.”
"해결책을 제시할 때 걱정을 같이 제시하자."
“수단이 아닌 목표를 쫓자”

<디어가 일하는 방법>에 나오는 이 문장들이 점점 내 몸에 체화되는 거 같아.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 느낀 그 똑똑한 디어, 그 모습을 나한테서도 언뜻언뜻 발견할 때마다 즐거워.

특히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대폭 성장한 거 같아.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회유하는데 굉장히 능수능란해졌거든. 이런 건 학교나 도서관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이 아니잖아. 그때 학교가 아닌 디어를 택한 게 정말 좋은 선택이었지.

4년간 항상 디어와 함께였던 현진

Q.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디어와 계속 함께 했잖아. 그 원동력이 어디에서 나온 것 같아?

매일 매일 새로운 일이 발생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아.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배움을 얻을 수 있었고. 회사가 성장하고 사업 전략이 변하면서 수시로 맨땅에 헤딩해야 했거든. 가맹 사업이든 사업 개발이든. 새로운 도메인을 하나하나 체득해가는 게 정말 즐겁다고 느껴.

나는 언젠가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어. 그래서 디어와 함께해 온,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내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어. 창업가와 관점을 공유하면서 회사가 1,000배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하는 이 경험이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하거든. 회사가 성장하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해지는지, 그리고 어느 단계에서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실시간으로 배우고 있으니까. 그런 끊이지 않는 배움들이 내가 디어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아.

현진이가 꼭 올려달라며 전달해 준 라이프가드 티셔츠 사진 (왜 올려 달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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