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명균 공동 창업자 "나는 밑 빠진 독처럼 hungry한 사람"

[인터뷰] 손명균 공동 창업자 "나는 밑 빠진 독처럼 hungry한 사람"

오늘은 디어의 공동 창업자(부대표)이자 물류팀 PO를 맡고 있는 손명균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그동안 옆에서 봐 온 명균은 다재다능, 그리고 전력투구 딱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디어가 단 20대의 킥보드로 건대 지역에서 처음 창업할 때는 기획자 겸 개발자 겸 디자이너를 맡았고요. 가맹 사업에 뛰어들 때는 영업본부장을 맡아 낮에는 경상도에 번쩍, 밤에는 전라도에 번쩍하며 성과를 냈었죠. 지금은 물류팀에서 캐리 서비스를 만들며 팀의 큰 축이 되고 있어요.

이날 인터뷰를 위해 만난 명균은 사무실 3층 옥상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어요. 이제 시작해 볼게요.

Q. 안녕! 뭐 하고 있었어?

안녕! 인터뷰 기다리는 동안 잠깐 명상하고 있었어.

Q. 종종 그렇게 눈을 감고 있는 걸 봤는데, 명상을 자주 하나 봐. 방금 명상하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어?

음… 배짱에 대한 생각? 아까 점심에 원진이형이 ‘배짱이 있는 사람이 오히려 유연할 수 있다’고 얘기했거든. 배짱이 있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고, 그러니까 오히려 유연할 수 있다. 곧은 대나무는 거센 바람에 꺾여버릴 수 있지만, 휘는 갈대는 그 바람을 다 버텨내는 것처럼. 그런 대화를 떠올리면서 나의 배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Q. 흥미로운 시각이네. 명균은 배짱이 있는 편이야?

원래는 배짱이 제법 두둑하다고 생각했었지. 대학 다닐 때 뮤지컬 주연 배우를 했었거든. 수백 명의 관객 앞에서 조명을 한껏 받으며 노래와 연기를 하려면 배짱이 받쳐줘야 하지 않겠어?(웃음)

근데 디어를 시작하면서, 동은이형을 만나면서 그 배짱의 가면을 벗어 던지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했던 것 같아. 동은이형은 알다시피 극도의 합리주의자고, 포장하는 걸 싫어하잖아. 나도 거기에 동화해서 실질적인 내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지.

Q. 그런데 다시 배짱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는 뭐야?

원진이형이랑 했던 대화를 되새기다 보니까 사실 동은이형은 허세가 없을 뿐이지 분명 배짱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쩌면 과거의 나는 배짱과 허세를 약간 혼동했던 것 같아. 물류팀 일원으로서 주선사 영업에 나서는 시점에서 이제 나의 배짱을 다시 살려보자, 그런 마음가짐도 가다듬고 있었지.

Q. 창업에 뛰어든 것 자체가 아주 배짱 있는 행동이었던 것 같은데? 자신을 믿고 모든 걸 걸고 도전하는 거니까.

지금도 그렇지만 창업은 정말 도전이었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유학, 컨설팅, 로스쿨, 의전원, 고시 등 정말 많은 선택지를 두고 고민했는데, 사실 거기에 창업은 없었거든.

동은이형이 공동 창업을 제안한 건 정말 어쩌다 온 기회였어. 킥보드라는 아이템에 대한 확신은 별로 없었지만, 멤버가 정말 좋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지. 난 도전적인 일에 전심전력으로 부딪히는 걸 정말 좋아해. 이 사람들과 함께 시작할 수 있는데도 창업을 못 한다면, 다시는 이런 도전을 못 하겠다. 그런 생각에 이 길을 택하게 됐지.

Q. 창업을 한다는 건, 바꿔 말하면 리더가 된다는 의미기도 하잖아. 명균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리더인 것 같아?

믿고 맡기는 리더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

창업 전에도 스스로 리더십이 없진 않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어. 학교 다니는 내내 반장을 했었거든. 그땐 직접 발로 뛰는 사람, 욕심이 많은 사람,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리더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킥보드 비즈니스에서 개발팀, 운영팀, 슈퍼바이저, 수리센터까지 전부 책임지는 자리에 오르고 나니, 마이크로 매니징의 한계가 너무 명확하더라고. 내가 팀원들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해서 병목이 되는 거야. 10명 남짓한 팀원도 감당하기 힘든데 나중엔 어떨까. 더 멀리 가려면 위임하는 리더십이 아니면 버틸 수 없겠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노력하고 있어.

Q. 명균이 이제까지 디어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 궁금해.

간단하게 말하면 제품을 만드는 일을 했고, 제품을 파는 일을 했어.

처음 디어를 창업했을 때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겸 디자이너 겸 기획자였어. 디어 앱을 책임지고 만든 게 나였고, 스태프들이 쓰는 디어맨 앱도 만들었지. 심지어 킥보드에 붙이는 스티커 같은 것도 한동안은 내가 만들었어. 이후에도 VOC를 보면서 현장에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고 만들었으니까, 제품 만드는 일을 오래 했지. 지금도 물류팀에서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작년에는 가맹 영업을 주로 했어. 그땐 정말 즐거웠지. 난 기본적으로 팔리는 물건을 상상하면서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 그래서 개발자로서 주로 프론트엔드를 했던 것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직접 파는 일이 얼마나 즐거웠겠어. 일정이 엄청 하드했는데 오히려 좋았달까. 주말도 없이 가맹 문의가 들어온 곳이라면 다 찾아갔거든. 금요일에 경남에 갔다가 토요일엔 청주로 가고, 또 월요일에는 경기도로 가고. 하루에 몇 시간씩 KTX에서 시간을 갈아 넣었지. 웃으면서.

디어 창업설명회에서 PT에 열중하고 있는 명균의 모습.

지금은 물류팀에서 캐리를 만드는 일과 주선사에 영업하는 일을 동시에 하고 있어.

Q. 명균을 보고 있으면 정말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가끔 특이한 행동을 할 때도 있잖아. 얼마 전엔 갑자기 노숙을 했다고 들었어.

그 당시에 나는 여러 가지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었어. 물류팀을 시작한 지도 꽤 됐는데, 성과를 낼 거라고 예상되는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었거든. 회사의 자원을 이렇게 집중하고 있는데 실패하면 어떡하지? 팀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도 날 괴롭혔고.

정말 바닥까지 한번 내려가 보자. 의식주 중에서 밥을 안 먹을 순 없고, 헐벗고 다닐 수도 없으니 집이 없는 상태를 한번 경험해보자. 그래서 노숙을 하게 된 거야.

그렇게 해서 노숙하는 분이 가장 많다고 알려진 서울역이랑 광화문역으로 무작정 갔어. 온종일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거리에서 시간을 보냈지. 밤에는 마트 옥상에서 골판지를 깔고 잤어. 입이 돌아갈 정도로 춥더라. 심지어 이후에 호흡기도 좀 안 좋아진 것 같고.

Q. 노숙이 두려움을 다스리는 데 많이 도움이 됐어?

그 경험이 내 두려움을 완전히 해소하는 전환점이 됐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웃음) 그래도 뭔가 은은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

요즘 영업 리드를 확보하기 위해 음료 박스를 사 들고 무작정 주선사를 찾아가고 있단 말이야. 거의 방문 판매나 다름없지. 주선사 문 앞에서 망설이는 마음이 들 때, ‘노숙까지 해봤는데, 뭘 못 하겠어?’ 라는 주문을 외기도 해.

Q. 디어에서 일하거나 책을 읽는 것 외에 시간을 보내는 다른 취미가 있어?

음… 취미가 없어. 이건 나도 생각하면서 놀랐어. 예전엔 취미가 엄청 많았거든. 재즈 피아노도 쳤고, 뮤지컬도 했고. 지금은… 운동이 있긴 한데, 이건 취미라고 보기엔 너무 생산적이지?

근데 이런 지금이 나는 아주 마음에 들어. 따로 즐기는 게 없어도 괜찮은 것 같아. 마음의 빈자리가 다 차 있거든. 위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하나에만 집중하는 이 시간이 너무 만족스러워.

나중에 취미를 하나 선택한다고 하면, 다시 뮤지컬을 해보고 싶긴 해. 프로무대에서 한껏 조명을 받으며 수천 명의 관객을 직시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노래하고 연기하는 그 황홀함을 느껴보고 싶거든.

Q. 우리가 면접을 볼 때, ‘hungry(열정)’ ‘humble(지적 겸손)’ ‘logical(논리)’ ‘insightful(직관)’, 그리고 ‘candid(솔직함)’의 5 pillars로 면접자의 점수를 매기잖아. 명균이 스스로의 5 pillars를 점수로 매겨보면 어때?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건 hungry야. hungry에 대한 정의가 ‘삶에서 일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와 ‘도전적인 목표를 세운다’ 두 가지잖아? 나는 주로 hungry를 후자의 관점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데에 굉장히 집착하는 것, 그게 내가 바로 삶을 대하는 자세거든.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도전적인 목표가 있다? 그러면 거기에 뛰어드는 게 나에게는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이야. 이 정도면 hungry에 확실한 4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라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만족을 모르는 밑 빠진 독이야.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견디지 못해. 항상 더 높은 목표를 지향하고, 위대한 성과를 이루고 싶은 욕심이 너무 강해. 지금의 능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느껴. 독서를 멈추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야.

명균은 물류팀의 초기 프로젝트 명을 'luna'로 짓기도 했어요. 달에 가겠다는 정도로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다는 취지에서요.

Q. 그렇게 hungry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음… 이건 약간 쑥스러운 얘기인데,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 스티브 잡스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세상을 크게 바꾼 무언가를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그게 디어가 됐든, 캐리가 됐든,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까.

그래서 해야 할 일을 선택할 때도, 그게 얼마나 큰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 같아.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는데 ROI가 3 정도인 일과,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데 ROI가 100인 일이 있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ROI가 100인 일을 택하거든.

Q. 다른 pillar에 대한 점수를 매겨보면?

humble은 4점을 줄 수도 있고, 1점을 줄 수도 있어. 누군가 나의 성과를 칭찬할 때, 진심으로 겸손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4점. 그런데 내가 정말 자신 있는 영역에서 챌린지가 들어온다면 거기에 진심으로 승복할 수 있을 진 아직 모르겠어. 그런 점에서 1점.

logical과 insightful 중에선 logical의 점수가 좀 더 높은 것 같아. 뭔가를 구조화하거나, 인과적인 설명을 하는데 능하고, 책을 많이 읽으면서 논리력이 더 강화된 것 같아. 어느 순간 탁, 하고 정답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땐 스스로가 insightful 하다고 느끼기도 해.

candid, 솔직함은 최대한 높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내가 얼마나 솔직한지는 대상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적어도 디어 안에서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커뮤니케이션이 솔직하게 진심을 다해서 얘기하는 거라고 믿고 있어.

Q. 마지막으로, 디어는 나중에 어떤 회사가 되어 있을 것 같아?

나중에 디어가 어떤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단 한 가지 선명한 건, 디어는 분명 돈을 벌고 있을 거야.

디어는 고객에게 집착하고, 장기적인 사고를 하면서 이익 창출에 집중하는 회사야. 동은이형이 예전에 영업이익 500억 원을 내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잖아. 나는 진심으로 그 목표가 달성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100년 뒤에도 기억되는 회사와 제품을 만드는 것. 이게 디어가 추구하는 초장기적 사고이고, 내 삶의 목표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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