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를 좌우하는 사업 의사결정

아마존에서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까?

쥐구멍만한 스타트업에서 반 년만 일해보면, 의사결정이라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뼈가 저릴 정도로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의 선택이 조직 전체의 생사, 또는 수많은 고객들의 만족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쉽게 가질 수 없는 짜릿한 경험이자,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스타트업은 조직이 작고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각각의 팀원이 의사결정자이고 책임자입니다.


디어는 다소 극단적인 편입니다. 디어는 십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디어에 합류한 지 하루, 이틀만에 모든 회원들에게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꽤나 흔한 경험입니다 :)

디어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팀원 개개인이 약간은 버겁다고 느끼는 책임과 역할을 떠안을 때 빠른 성장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디어에서는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스스로 결정하도록 자율을 부여하고, 의사결정의 체계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잠깐 딴 얘기를 하자면, 이렇게 어려운 의사결정을 각자 스스로 내리는 문화이다 보니, 작은 의사결정은 그야말로 ‘알아서 판단’입니다.

밥값 무제한, 출퇴근 자율, 사무용품 구매 자율, 스케줄 관리 자율, …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잔뜩 있는데 밥값을 얼마로 할지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디어의 의사결정자들은 늘 밥값 그 이상을 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사결정들은 쉽게 맡길 수 없습니다. 수만 명의 고객에게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 회사의 장기적인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들이 그렇죠.

따라서 회사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의사결정과, 내가 할 수 없는 의사결정을 구분하도록 돕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때마침 디어에서 약간 주먹구구식으로 하던 것을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놓은 글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Amazon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서 써놓은 글 Jeff Bezos: How to Make Smart Decisions(링크)인데요, 이것을 번역하면 디어의 의사결정 방식이 잘 나타날 것 같아서 제가 주절주절 쓰지 않고 번역을 하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직역하려고 했는데, 몇 개의 문단은 직역 과정에서 의미가 소실되는 것 같아 과감하게 의역을 했습니다.

번역 과정에서 원문에 없으나 디어의 생각을 삽입하는 경우에는 이탤릭체로 기울여 썼습니다.


1990년대 초, 제프 베조스는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

당시 그는 서른 즈음이었는데, 그 때가 바로 인터넷 혁명이 동 트는 시점이었다. 그 당시 웹(web)은 지금과 같이 제대로 형태를 갖추지 못했는데, 베조스를 사로잡은 것은 웹의 이용이 매해 2,300%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는 재빨리 온라인에서 팔 수 있는 20개의 상품 목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원가가 낮고 대중적인 수요를 가진 책을 선택했다.

아마존의 시작은 미약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서점보다 훨씬 큰 무언가가 되었다. 1994년 설립 이후 아마존은 유통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지배자로 성장했다.

베조스가 그의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어떤 접근법을 취했는지에 대해서, 몇 가지 표면적인 특징들이 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정으로 고객에게 집착해왔고, 이미 뛰어난 성과에도 절대 만족하지 않았으며,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단기적이고 무의미한 지표(Vanity metrics, 설명 링크 — vanity metrics vs. actionable metrics)를 포기했다.

그런데 우리가 깊이 알아보니, 제프 베조스의 접근법에는 몇 가지 디테일들이 존재했고, 바로 이 디테일들이 위의 표면적 접근법을 가능케 한 것임이 선명해졌다. 모든 회사들이 아마존 같은 접근법을 취하고 싶어하지만, 그들 모두가 의사결정 체계 — 아마존의 접근법을 취할 수 있는 — 를 갖고 있지는 않다.

거대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핵심 의사결정 도구는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이다. 우리가 훔쳐올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Distinguish Between High and Low Impact (사안의 경중을 구분하라)

우리는 매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이끄는 대로 크고 작은 결정들을 한다.

이런 의사결정들은 시간과 주의를 요구하는데, 대개 제한적인 우리의 자원에 대한 이 꾸준한 압박이 우리 대부분이 날마다 겪는 스트레스의 주된 이유가 된다.

그리고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는 강제로 떠밀려 최적에 못미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의사결정의 중대성을 경중(Impact)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판단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것이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때조차, 그리고 그것이 급하지 않을 때조차, 우리는 주변 환경 때문에 그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느낀다.

제프 베조스가 2015년 주주서한에서 설명하듯, 모든 의사결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1종(Type 1)은 더 커다란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이고 중대한 결정들(mission-critical, high-impact choices)이고, 2종(Type 2)은 필요 시 쉽게 되돌릴 수 있는 경미한 결정들(lower stakes choices)이다.

아마존에서는, 경중을 가린 따짐으로써 모든 2종 결정을 실무 및 현장 단위의 팀과 개인에게 위임하고, 상위 직급자들은 1종 결정에 집중한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1종과 2종 사이의 구분을 무척 모호하게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즉시성의 함정에 빠지고, 자원을 진짜 중요한 일에 투입하는 능력이 악화된다.

주의를 가장 적절한 곳에 집중하기로 선택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체계이다. 심지어 우리 스스로의 삶 속에서도, 중요한 것과 당장 직면한 것 사이에서 헷갈리기 때문이다.

(위 문단에 대한 디어의 해석: 당장 닥친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일이 지금 내 앞에 벌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주의가 집중되는 것이 우리의 본능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을 맞닥뜨렸을 때 ‘이게 지금 당장 닥친 일이라 신경을 쓰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는 걸까’라고 질문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당신 시간의 대부분은 1종 의사결정에 쓰여야 한다. 2종 의사결정은 위임하거나, 아니면 미루었다가 다른 2종 의사결정들과 묶어서 나중에 한 번에 처리해야 한다.

2. Avoid Using Proxies as a Default (다른 의사결정 사례를 가이드로 삼는 것을 피하라)

기술 발달로 자동화가 늘어나고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효율이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 같은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업무를 쉽게 만들어줄 무수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

그들은 설문과 실험들을 배포함으로써 많은 연구 결과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러한 결과물을 모두 사용하여 그들이 내려야 할 의사결정들 중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이 꽤 효과적인 상황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베조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당신이 고객을 잘 도울 수 있도록 당신을 돕는 절차가 좋은 절차다. 하지만 당신이 조심하지 않으면, 그 절차가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이런 일은 큰 조직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절차 자체가 당신이 원하는 결과를 대체해버리게 된다. 당신은 결과물에 집중하는 것을 멈추고 ‘절차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신경쓰게 된다. 절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린 항상 질문해보아야 한다. ‘절차가 우리 손에 달려 있나, 아니면 우리가 절차의 손에 달려 있나?”

회사들은 개인들에 비해 더 다양한 절차를 갖고 있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만드는 그러한 절차들 중 다수는 사례(또는 표본) 기반이다. 즉 우리는 어딘가에서 얻은 평균값을 기반으로, 혹은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다.

(위 문단에 대한 디어의 해석: 적절한 절차가 생기면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 디어가 새로운 권역에 진출할 때, 그 권역의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checklist를 만들어놓으면 그 checklist를 채우는 것만으로 의사결정이 되므로 무척 효과적입니다. 반면 원문이 경계하는 것은 ‘절차를 위한 절차’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사람들은 절차대로 하는 것 그 자체에만 치중하느라 진짜 중요한 것, 즉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어려워하고 치열하게 생각하는 것을 피곤해합니다. 그래서 어떤 숫자들의 평균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활용하거나, 누군가에게 건네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후딱 해치워버립니다. 그렇게 하면 결정이 참 쉬워지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평균은 정확하지 않고, 건네들은 이야기도 표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것을요.)

이러한 의사결정의 문제는 ‘맥락’을 간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많은 정보가 주어지는데, 당신이 그 정보들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면 당신은 뒤처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주어진 정보들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마다 갖는 수많은 변수들을 생각해볼 때, 다른 누구에게 적용된 사례가 당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좋은 의사결정이 한 발 앞서가는 이유는, 그러한 결정이 작은 차이들(상황별 특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2종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사례 참고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영향이 큰 1종 의사결정의 경우, 각각의 고유한 상황을 고려하여 처음부터 새롭게 생각하는 것이 더 좋다.

3. Release Ideas at 70% and Then Iterate (70% 완성도에서 아이디어를 실행하라)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정 시점이 지나면 추가 정보와 시간 투입의 효용이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당신이 무언가를 오래 고민할수록 그 시간으로부터 얻는 양은 적어지고 실패 시 잃게 되는 것은 더 커진다. 모든 상황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개선이 중첩된다. (디어: 고민을 계속 한다고 해서 비약적인 개선이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무엇을 만들든지, 그것이 완벽하게 느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작업물을 공개하기 전에 끊임없이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것은, 그것이 나아지는 정도에 비해 지나친 시간을 잡아먹는다. 준비되기 전에 출시부터 하고, 피드백을 기반으로 반복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이런 기준선은 우리의 활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의 결정에 집착하는 것도 방지해준다. 모든 중요한 결정은 미래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변화에 열려 있어야 한다. (디어: 격하게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미래는 늘, 언제나, 항상, 예상과 아주 많이 다르게 펼쳐져서 과거의 의사결정을 비웃습니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고정되고 완벽한 의사결정을 만들려는 시도는 재앙을 만드는 비결이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할 때, 각각의 결정이 독립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확하지 않은 생각이다. 대부분의 결정은 장기간 영향을 주는 함의를 지니고 있고, 그 결정들은 기간이 지나면서 조정되어가야 한다.

(디어: 오늘 내가 하는 의사결정이, 한 번 제대로 결정하고 땡 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고쳐나가야 할 ‘긴 여정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베조스와 아마존은 수집해야 할 정보의 양을 이상적인 최대치 대비 70%로 설정하고 있다. 그 이후부터는 출시 후 세심한 개선에 집중한다. 이 수치는 그들로 하여금 빠르게 움직이게 하면서도, 너무 빠르게 출시하느라 품질 면에서 타협하게 되는 것을 방지해준다.

이 방법은 아마존이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산업에, 시작부터 강력하게 진입할 수 있었는지 설명해준다. 의사결정에 시간을 덜 들인다는 것은,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의사결정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결국 양이 질을 만든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비용이, 액션을 취하지 못하는 비용보다 작다. 그리고 대체로, 어차피 어딘가 고치게 돼 있다. 기준선을 긋고, 피드백을 받아서 고쳐라.

All You Need to Know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우리 삶의 모든 구석구석에 의사결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결정의 질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의사결정의 원칙을 갖는 것은 우리의 맹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마존은 현 시대 가장 성공적인 회사들 중 하나이다. 그들이 갖춘 많은 것들 중에서도, 그들의 핵심 성공 요인(key determinant of their success)은 그들의 의사결정 체계임이 거의 틀림없다.

의사결정을 위한 체계를 갖출 생각은 무시되기 쉽다. 우리는 보통 직관적인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하지만, 우리의 직관이 잘 알려졌듯 부정확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좋은 의사결정은 우리 직관의 부정확함도 제거해주고, 잘못된 정보(잡음, signal from the noise)도 걸러준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

저는 아마존의 의사결정 방식을 쭉 읽으면서, 디어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느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디어에서는 이런 의사결정의 체계를 문서화해놓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디어의 원칙(링크)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원칙들에 바로 이런 의사결정 체계가 잘 녹아 있습니다.

요즘 디어에서는 의사결정과 관련해 이런 문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또 하나의 유행어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바로 “Elevate or Take it”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네가 직접 의사결정하거나, 못하겠으면 위로 올려”입니다. 어려운 의사결정을 끌어안고 끙끙 앓지 말라는 뜻이지요.

Elevate or Take it (네가 직접 의사결정하거나, 못하겠으면 위로 올려)

그럼 다음 글에서 또 재밌는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팽동은

팽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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