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안 타던 대학생의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 인턴기

킥보드 안 타던 대학생의 공유 킥보드 스타트업 인턴기

안녕하세요, 디어코퍼레이션 직영사업팀 그로스매니저 인턴 김준기입니다.

4개월간의 디어 인턴 생활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합류 과정부터 담당 업무 그리고 디어라는 공동체의 문화까지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디어 인턴에, 또는 직영사업팀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차


합류 과정

사실 저는 '서류지원 -> 면접 -> 합격'이라는 정석적인(?) 루트로 입사하지는 않았습니다. 디어 공동창업자 동명이형이 운영하는 FastFailer 창업스터디 활동이 끝난 뒤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인턴 이야기가 나왔고, 디어 대표님과 커피챗 한번 해보면서 인턴 이야기도 나눠보는 거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목에도 쓰여 있지만 당시 저는 전동 킥보드를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이었기 때문에 디어에 합류하더라도 제가 회사에서 임팩트를 잘 낼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걱정과 설렘을 함께 안고 CEO 동은이형과 5월 중순쯤 커피챗을 진행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의 대화를 통해 세상의 문제를 푸는 방법, 보이지 않는 비용을 고려하는 방법 등에 대해 배웠습니다. 커피챗이 지나고 집에 오는 길에, '이렇게 짧은 시간에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회사인데 더 오래 다니면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기가 끝난 뒤 인턴 지원 의사를 밝혔고, 모빌리티본부 그로스매니저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부대표이자 직영사업팀장이었던 명균이형과 이수역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가벼운 커피챗인 줄 알았던 저는, 명균이형의 촌철살인 질문들에 대처하느라 꽤나 힘들었습니다.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날카로운 질문들은 결국 제게 가장 잘 맞는 업무를 부여해 주기 위한 명균이형의 치열한 고민의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케팅, 영업, 데이터분석 등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제시받았고, 그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 답변하는 방식으로 면접이 진행되었습니다.결국 데이터분석에 기반한 지역 운영이 제 첫 번째 일이 되었습니다.

7월 12일, 디어 오피스에 출근하면서 저의 디어 인턴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담당 업무

직영 서비스 지역 운영

디어 입사 후 처음 담당한 업무는 직영 서비스 지역의 매출 관리였습니다. 디어에는 '김삿갓'이라는 운영 방식이 있는데요, 현장 작업자가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거점 없이 돌아다니며 운영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김삿갓 운영 지역들의 매출 증대를 위해 우선 킥보드 재배치 스팟 설정 업무를 맡았습니다.

유저가 원하는 곳에서 타고 원하는 곳에서 내리는 공유 킥보드 서비스 특성상 킥보드가 서비스 지역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용되지 않은 킥보드는 현장 작업자가 수거한 뒤 킥보드 수요가 높은 '재배치 스팟'에 다시 배치합니다. 이용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수요를 예측하여 재배치 스팟을 설정하는 게 제 업무였습니다. 직접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정한 스팟에서 유저들의 이용이 발생하여 매출이 상승할 때마다 아주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입사 후 2주 정도 지났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계속 이렇게 해야 하나?”

이용수요점수 기획

초기에는 읍 단위의 지역 세 개를 맡았습니다. 지역 하나의 재배치 스팟을 설정하는 데에 대략 세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담당 지역이 세 개일 때는 괜찮았지만, 담당 지역이 하나둘씩 추가될수록 리소스가 부족해졌습니다.

이용 데이터를 시각화 툴 '케플러'로 가공한 뒤 의사결정을 내렸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재배치 스팟을 설정하는 주요 지표가 명확하지 않아서 그때그때 기준이 달라졌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직영팀 입장에서는 제가 더 많은 지역을 담당했어야 하는데, 한 개 지역의 재배치 스팟 설정에만 세 시간씩 걸린다면 담당 지역을 확장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초기에 활용하던 케플러 시각화 지도

그래서 저는 지표를 하나로 통일함으로써 투입 시간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재배치 스팟 설정 기준은 여전히 너무 모호했고, 기준을 세우더라도 근본적인 문제인 '시간의 낭비'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명균이형과의 1on1 을 통해 수요를 점수화해서 보여주는 자동화 툴을 하나 만들어 보자는 조언을 듣고, ‘이용수요점수’라고 불리는 툴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기본 아이디어는 아래와 같습니다.

운영매니저의 휴리스틱을 수치화해서 재배치 스팟을 빠르게 찾아내자!

이 문장을 통해 이용수요점수의 목적 두 가지를 도출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빠르게’, 두 번째는 ‘찾아내자’입니다. 이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빠르게 재배치 스팟을 찾아서 운영매니저의 낭비되는 리소스를 줄이고, 운영매니저가 '눈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놓치게 되는 재배치 스팟들을 빠짐없이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기존에 케플러에서 주로 활용하던 데이터는 '해당 킥보드가 이용되기 전까지 걸린 시간(이하 미이용시간)', '이전 이용자와 이후 이용자가 동일한 이용의 위치(이하 환승)', '유저가 앱을 켰지만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은 위치(이하 미싱콜)'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저는 아래의 점수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 미이용시간 24시간 이내 해당 지역에서 출발한 이용 1개당 +3점
  • 미이용시간 24시간 이상, 48시간 이내  해당 지역에서 출발한 이용 1개당 +2점
  • 단, 위 두 케이스에 대해, 동일 이용자가 내리고 다시 탑승한 경우(환승)에는 +1점
  • 미이용시간 48시간 이후 이용 시 -2점
  • 고객이 앱을 켰으나, 이용하지 못한 경우(미싱콜) +2점

이 기준들을 활용하여 파이썬으로 MVP를 만든 후, 운영하던 지역 중 수요를 확실히 알고 있는 재배치 스팟들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세 개 지역, 열두 개의 재배치 스팟에 MVP를 적용하였고, 점수가 정상적으로 도출됨을 확인하고 곧바로 업무에 도입했습니다.

MVP로 재배치 스팟 설정 업무를 진행해 보니 세 시간 반 동안 열여섯 개 지역의 재배치 스팟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세 시간 동안 한 개의 지역만 작업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첫 번째 목표인 '시간 절약'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원래였다면 발견하기 어려웠던 스팟을 지역별로 한두 개씩 찾아내면서 두 번째 목표였던 '놓친 수요 찾기'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용수요점수 기준을 검증한 뒤, 6-pager 기획안을 작성하여 개발팀에게 전달하였고 ‘이용수요점수’ 기능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용수요점수 기능의 발전 과정을 사진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왼쪽부터 케플러 -> 파이썬 MVP -> 최종 프로덕트

업무 수행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기능을 만든 경험은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혔다는 점에서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대리기사 유저 공략 프로젝트

이용수요점수 MVP가 완성되고 본격적인 기능 개발이 들어가기 전 즈음, 대리기사 유저 공략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고 아주 쓰지만 소중한 한 달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가 DRI를 맡은 첫 프로젝트여서 아주 기쁘게 시작했습니다. 대리기사를 단골유저로 만들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업무를 구성하다 보니 마케팅과 영업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가 저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마케팅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열정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영업 업무는 해본 적도 없었고 콜드콜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 대리기사 프로젝트가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명균이형과의 1on1을 여러 번 진행하며 지금 어디서 막혀있는지를 지속해서 진단한 뒤, 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명균이형과 마케팅 업무를 페어로 진행해 보기도 하고, 물류팀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원진이형에게 콜드콜 방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목표치였던 대리기사 100명 모으기에 실패하여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프로젝트 초기에 겁을 먹어서 과감하게 액션을 못 했습니다.

홍보 글을 올리든, 여러 회사에 콜드콜을 시도하든, 대리기사 카페에서 쪽지를 100명에게 보내든 어떤 것이든 해야 했는데 '업무를 잘 해내야 한다'는 완벽주의에 사로잡혀 과감한 액션을 하지 못했습니다.

  1. 어려워하는 업무에 대해 빠르게 공유하지 못했습니다.

명균이형과 함께 마케팅을 해보거나 원진이형에게 영업을 배워보는 것처럼 어려운 일을 조력자와 함께 빨리 해결했으면 좋았겠지만, 그 시기가 늦어지다 보니 성과를 확인하는 시점이 늘어지며 의욕이 점점 떨어졌습니다.

대리기사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점은 “가역적인 액션은 최대한 빠르게 하자!"입니다. 제가 시도한 것들은 되돌리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보니, 무엇이든 빠르게 해봤어야 했습니다. 시간을 끌다 보니 액션의 결과를 받아보는 주기가 길어져 힘이 빠지고 자연스럽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프로젝트 내내 옆에서 명균이형이 '생각보다 비가역적인 것은 없으니 계속해 보자'는 말을 여러 번 해줬지만, 그 말이 와닿은 건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였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디어에서 일하면서 좋았던 건...

디어에서는 목표만 주어지고 세부적인 업무는 내가 구성한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업무를 스스로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역 운영 과정에서 제가 느꼈던 불편함을 놔두지 않고 이용수요점수를 기획해 볼 수 있었습니다. 대리기사 프로젝트에서는 제가 어떤 게 부족한지 진단해 볼 수 있었고요. 인턴임에도 자기 업무의 리더가 되어 일하는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인턴으로서 경험한 디어의 문화는 이랬어요

지금부터는 제가 경험한 디어의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입사 전에 디어 홈페이지를 읽으며 독특한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독특한 문화를 직접 경험해본 뒤의 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반말 대화

디어는 서로 반말로 대화합니다. 처음엔 정말 어색했습니다. 채용 페이지에서 반말로 대화한다는 건 읽었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반말을 쓰려고 하니 상당히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쓰다 보니 금방 익숙해졌고 퇴사를 앞둔 지금은 정말 좋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디어의 반말 대화 문화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문화입니다. 이전에는 회사에서 메신저로 간단한 요청을 하나 작성하는 것에도 공을 들여서 쓰다 보니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디어에서는 반말로 대화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쉽고 빠르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반말 대화 문화 덕분에 인턴임에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 생각을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고, 덕분에 업무도 잘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책 읽기 습관

디어는 책 읽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디어 구성원으로 있으면서 책을 읽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찾고, 이를 통해 책 읽는 습관을 들이게 되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정보가 필요한데, 디어는 '책은 짧은 시간 동안 업무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한번에 수집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을 공유합니다. 덕분에 저도 일을 하기 전에 꼭 책을 읽어보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입사 초반에는 디어의 문제 해결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순서파괴>를 읽었고,  대리기사 프로젝트 때는 마케팅 아이디어가 필요해서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을 읽었으며, 이용수요점수의 효용을 입증하기 위해 설득이 필요할 때는 <인간관계론>을 읽었습니다.

이제는 모르는 것이 있거나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느낄 때면 자연스럽게 관련 분야의 책을 검색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여전히 책을 읽다 보면 중간중간 정말 읽기 싫은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 책을 읽는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래도 끝까지 책을 읽어내는 습관이 잘 정착된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제 리더 명균이형은 구성원이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즐거워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업무와 환경을 조성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리더였습니다. 입사 전 이수역에서의 대화 두 시간 동안은 다양한 업무 상황을 제시해 주며 어떤 업무를 제일 재밌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미리 확인하였고, 매주 1on1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주었습니다. 또 대리기사 프로젝트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실패하더라도 어떻게 잘 실패할 수 있는지 그리고 본인이 수행하기 어려운 일은 어떻게 위임하면 되는지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디어 구성원으로서 정말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던 건 그러한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함께 고민해 주는 명균이형 그리고 디어의 조직 문화가 있었던 덕분인 것 같습니다.

마치며

네 달 반 동안 디어에 있으면서 업무를 대하는 태도,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등 다양한 방면에서 소중한 배움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나는 문과생인데, 디어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또는 '나는 전동 킥보드를 한 번도 안 타봤는데, 괜찮을까?'를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고민 말고 지원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끊임없는 배움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디어는 매우 좋은 선택일 거예요!

킥보드 안 타던 대학생의 디어 인턴 생활기는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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